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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04.09.21 14:22
회상(回想)

아버지는 나를 막지 못했다. 몰래 담장 울타리 구멍으로 빠져나가 교회로 달려갔다. 여름성경학교 기간인 그날은 북을 메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날이었다. 길게 줄을 지어 따라오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쌀통 위에 성경을 펴놓고 목사님을 흉내 내며 설교를 했다. 나는 목사요 누나들과 동생은 교인이었다. 그야말로 성령이 충만한 마가의 다락방(?)이였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 가족과 교회를 핍박하시던 아버지가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일로 나는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으신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가정과 학비 문제로 어려웠던 대학시절에는 하루도 하나님을 떠날 수 없었다. 한 발자국만 옮기면 바로 낭떠러지 같았다.
그러나 군 입대 후 1년 8개월 동안은 나는 하나님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불안한 즐거움이었다. 전출명령을 받아 새 부대로 가는 정문 위병소에서 나는 하나님께 붙잡혔다. 믿음 좋은 동기생과 선배를 만난 것이다. 그 다음날 교회로 붙잡혀 갔다. 며칠 전, 바로 그 선배가 미국에서 목사가 되어 16년 만에 임직을 축하한다며 전화를 해왔다. 계룡대에서의 군 생활은 내 믿음의 최고 전성기였다. 뜨거운 열정으로 기도하며 동역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믿음의 자식을 낳았다. 한량이었던 그가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내게 찬송가 한 곡을 부탁했다.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 그가 내 옆에 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전역 후 직장 신우회에서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우리는 모든 담을 헐고 하나가 되어 있었다. 직장생활 3년 후 나는 학교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또 이곳에서 많은 믿음의 독역자들을 만나 11년째 지내고 있다.
이제 내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안수집사가 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가는 곳마다 믿음의 사람들을 준비해 주셨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게 하셨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다만 나는 겸손히 주의 뜻을 따라 마음과 성품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열심을 다할 뿐이다.
아버지이신 하나님이 늘 나와 함께 하심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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