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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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04.11.22 16:34 |
교수를 시작해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르침의 출발이었기에 더욱 그랬고 내가 길러낸 첫 제자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처음 교단에 섰기 때문에 나름대로 좋은 가르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 신앙인 교수로서의 자세도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비쳐주려고 여러 방법을 생각하곤 했다. 교재 속에 성서의 이야기를 삽입해서는 공부를 통해 기독교를 알아가도록 유도하기도 했고, 학교의 행사 중에 교목실 행사가 있으면 일부러 앞장서서 학생들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족했던 것은 과감하게 말로서 저들에게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소극적인 방법으로 전도를 하려니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졸업식을 앞두고는 사은회를 갖는다. 첫 번 졸업생의 사은회 때는 눈물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나 역시 나의 첫 졸업생이라 그런지 섭섭한 마음에 간간이 눈물이 나곤 했다. 송사와 답사와 함께 졸업생 모두가 교수에게 석별의 절을 드리고 즐거운 식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여흥이 시간이 되었다. 2년 동안 저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무엇을 주었을까를 생각해 보았고 그리고 일말의 반성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신나게 노래와 여흥을 즐기던 학생들이 내게 노래를 신청하는 것이었다.
"교수님, 노래!" "교수님, 노래!"를 연발하면서. 순간, 머리속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오늘 집을 나서기 전 기도했나요? ~ 기도는 우리의 안식, 빛으로 인도하리" 노래가 시작되자 여흥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시선은 한곳만을 응시하면서 숙연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앞이 캄캄할 때 기도 잊지 마시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터졌다. 그건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모두의 공감이 일치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되었다.
2년 동안 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예수님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고 그날 내 노래로 인하여 자기들의 생각을 확실하게 각인 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내가 자기들에게 마지막으로 선사해 준 것이 세상의 물질적 행복보다 더 큰 하늘의 복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나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지금도 그 제자들 중 몇 사람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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