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어머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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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04.12.28 17:05 |
해방 후 만주에서 모진 고생하시다가 돌아오신 시아버님은 불과 수개월 만에 맏며느리에게 따뜻한 사랑 한번 주지 못한 채 그렇게 돌아가셨다. 몇 년 후 남편은 왜관 전투에서, 이듬해 맏아들은 원인 모를 병으로, 남편과 자식을 가슴에 묻고 시골의 고추밭 콩밭을 메며 한과 서러움으로 청춘을 사셨던 큰 어머님.
시아버님이 남겨주신 삼베가죽 붉은 성경책을 가지고 큰어머님은 교회 종탑을 당기시며 마을의 새벽을 깨우셨다.
특유의 손재주와 부지런함이 있어 대구와 부산으로 삯바느질하며 6,70년대를 지나셨건만 아직 20년이 넘도록 외아들이 자식이 없어 마음 한구석 씁쓸하시던 당신은 여전히 새벽제단의 단골 손님이셨다. 일찍 출근 준비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부산이다. “야야 덕아! 하나님 살아계신데이, 너거 행님이 아가 있단” 목이 메셨다.
올해엔 겨울이 늦다. 따뜻한 성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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