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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세 월 글보기
세 월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04.12.28 17:06


난 주름살 잡힌 세월을 사랑한다. 그 안엔 깜깜절벽의 절망의 시간과 막막한 세월이 있다. 너그러운 세월이기도 했지만 마른 갈증의 기도가 스며있는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아득하던 나의 푸른 꿈, 긴 세월을 지나 어느새 내 앞에 배꽃처럼 피어있다. 그저 이만큼 살아왔을지라도 난 감사하다. 나의 나됨을 사랑하시는 주님! 주님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그 분은 지금도 나를 다듬고 고치고 깨닫게 하시는 분이다. 낙심될 때조차 “너를 지명하여 불렀다”는 간절한 부름으로 일으켜주시는 나의 아버지, 그 사랑과 위로 때문에 바람처럼 다시 일어선다.
12월이다. 아주 짧은 일 년. 뒤돌아보면 나의 미련한 것을 하나님의 지혜로 인도하신 은혜의 시간들이었다. 하나님의 시간은 쓸데없는 순간이 없다. 요즘 젊은 시절을 하나님께 드렸던 이들의 소식을 하나둘 전해 듣는다. 그 자녀들의 소식은 하나님께서 그들의 헌신을 어떻게 기억하시는가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된다. 러시아에서 10여 년을 어려움 속에서 선교하던 J선배, 15년 동안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헌신하던 L선교사, 복음을 위해 신실한 경영인으로 살았던 B형제, 전세금의 절반을 기꺼이 선교사인 친구의 선교자금으로 내놓던 O형제, 세월이 말해준다. 순전한 헌신의 사람들의 그 뒷얘기 속에서 그들의 아이들을 축복하시고 돈 없이 공부하는 기적을 베푸시고 어떻게 그들의 기업을 축복하시며 이끄시는지 증거가 된다. 마음을 보시는 하나님, 순전한 헌신을 기억하시는 하나님, 하늘나라의 법칙은 단순했다. 나 있는 자리에서 나의 달란트대로 찬양을 드리고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물질을 드리고 시간을 드리라는 것, 오직 우리가 눈빛을 맞출 곳은 하나님의 불꽃같은 눈길뿐이라는 것, 주름살 잡힌 세월이 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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