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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꿈 글보기
한 여름의 꿈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05.09.16 14:10
또 꿈을 꿨다. 꿈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꿈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서 잠이 깬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어떤 때는 가위에 눌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천정에 둥둥 떠서 잠자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 꿈이 현실처럼 너무나도 생생해서 주변의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들리는 소리들이 꿈이 깬 이후까지 귓가에 메아리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나는 꿈을 통하여 자신에 대하여 많은 것을 느낀 특별한 경험이 있다. 나는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떳떳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 여름밤의 꿈 때문에 이런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다. 그날따라 유난히 무더웠고, 눈을 감아도 잡다한 기억들이 깨진 유리 조각처럼 마음에 밟혀서 잠들기가 어려웠다. 새벽여명이 어스푸레 창가에 스며드는 것을 보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어느 새 나는 십년도 더 된 과거에 무척 가까웠으면서도 확실치 않은 이유로 헤어졌던 친구와 함께 서 있었다. 그 친구는 그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고, 잠을 깼을 때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때의 일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고, 그러고서야 내가 그 친구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회가 밀려왔다.
어떻게 십년 전에도 몰랐던 사실을 꿈을 통하여 알게 되는 것일까? 나는 살면서 무심히 혹은 자기 합리화를 통하여 잊어버리는 많은 잘못들이 사실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고 가슴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떳떳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연 하나님 보시기에도 그럴까? 그때부터 나는 ‘제가 깨닫지 못하는 죄가 있더라도 용서하여 주세요’라고 기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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