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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주일) 칼럼 "가을 녹지원에서" 글보기
10월 28일(주일) 칼럼 "가을 녹지원에서"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12.10.27 09:47
낙엽이란 이름으로 가을나무들이 옷을 벗어 갈 때
바자회란 이름으로 녹지원의 가을은 형형색색 새 옷을 입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
그 동안의 수고도 아픔도 묻힌 탄성이어라

빨간 떡볶이 좋아서 춤추고 호박 식혜 신나서 흔들고
은박에 담긴 김밥, 춤판에 살포시 그 얼굴 내민다

깊이 우린 육개장, 가을 보양 충분하고
노릇노릇 잘 구워진 부침개는 금세 넘기기 아깝다

단물 흐르는 과일꼬치와 구수한 오뎅꼬치가 자웅(雌雄)을 겨루고
줄서서 도마 위에 오른 순대, 어디론가 급히 자취를 감춘다

걷고 타고 녹지원 찾은 정겨운 사람들
도란도란 둘러 앉아 맛깔스런 음식을 나눈다, 정(情)을 나눈다

그들 위 펼친 천막 그들 뒤 깔린 음악
누가 옮겨 세웠을까 누가 틀어 놓았을까

집안을 두루 살펴 아꼈던 물건과 옷, 참 좋은 계란, 훈제, 칫솔 등을 내놓으니 마리아의 향유처럼 진한 향기되네

이국풍(異國風)의 화려한 액세서리도 걸쳐보고
수제(手製)로 만든 고운 비누, 아트 시계도 만져본다

맛난 젓갈과 청국장, 고소한 기름, 푹신한 방석과 베개를 담은 검은 봉지가 멋진 황금색으로 보이니 착시(錯視) 현상인가

나는 안다
이 가을, 녹지원을 바자회로 내준 분들의 흐뭇해 할 마음을

그리고 나는 본다
가을 녹지원에서 기쁨의 눈물을 훔치고 계신 「그 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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