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월만 해도 봄인지 초겨울인지 혼란스러웠는데, 4월이 되니 완연(宛然)하게 봄을 느끼게 됩니다. 따뜻하고 꽃피는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하러 떠납니다. 이미 우리 대전에는 순백색의 목련화(木蓮花)가 절정을 이루다가 지고 있는 형국(形局)입니다.

  제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목련나무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목련꽃을 피우는 목련나무는 엄청나게 키가 커서 몇 년 전부터는 까치들이 둥지를 두고 살고 있기까지 합니다. 몇 그루의 목련나무들이 많은 가지를 내어 가지마다 목련꽃들을 피우는데 보고 있으면 첫째로, 목련나무들이 엄청 키가 크게 번성하여 가지들을 많이 내며 한 몸처럼 어우러져 있는데 감동을 받고, 둘째로, 그 가지들마다 수많은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수많은 꽃들을 피운 그 모습은 저의 눈에는 정말 장관(壯觀)입니다. 특별히 이름난 명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자주 다니는 도로 곁에 있는데, 매년 봄이 되어 예쁘고 아름다운 목련꽃들이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되면 운전하던 차에서 내려서 한참을 보고 갑니다.

  그러나 주의사항도 있습니다. 제가 마음으로 제 자신에게 말을 합니다. “아래를 보지 마시오!”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 아름답게 만발한 수많은 목련꽃들을 보고 느낀 위로와 행복이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아름다운 꽃을 피운 목련나무의 아래에는 쓰레기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냅니다. 그 모습에 미처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은 경악(驚愕)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래의 참혹한 광경이 너무 달라서입니다.

  꽃 피는 4월을 가리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April is the cruellest month).”라고 노래했던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엘리엇(T. S. Eliot, 1988~1962)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 1922)”가 생각납니다. 따뜻하고 행복해야 할 4월이 가장 잔인한 날이 된 것은 제1차 세계 대전(1914~1918) 이후 황무지와 같이 되어 버린 유럽 사회를 풍자한 이미지라고 흔히 해석됩니다.

  기독교인인 필자는 쓰레기들이 있는 곳에서 해마다 봄이 되면 아름답게 꽃 피우는 목련나무의 꽃들을 보면서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백합화 같이 피어 즐거워하며”(사 35:1)로 시작되는 이사야 35장의 말씀을 묵상합니다. 메시아이신 그리스도께서 임하시면 광야와 메마른 땅, 사막 같은 황무한 곳도 목련화가 피고 백합화가 피는 평안과 복락(福樂)의 장소가 됩니다. 황무지 같았던 우리 마음과 우리의 삶이, 이 세상이 만왕의 왕 그리스도를 모심으로 변화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