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주일) 칼럼 “할아버지 .. 안녕하세요? 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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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9.11.23 05:49 |
며칠 전, 저의 집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있는데, 저보다는 연세가 많아 보이시는 어떤 할머니가 어린 손녀의 손을 붙잡고 승강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맞은편에 제가 서 있자, 손녀에게 조용하고 작은 목소리로 “할아버지 .. 안녕하세요? 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 갈 것 같은 나이 정도의 어린 꼬마 숙녀가 말은 잘 못하면서도 반듯이 서서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저에게 했습니다. 저에게 인사를 해준 어린이가 귀엽고, 고맙기도 해서 평화롭고 행복한 생각도 순간 들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뜻밖의 충격이 더 강했습니다.
제가 왜 충격을 받았는가 하면, 할머니가 저를 가리켜 할아버지라고 어린 손녀에게 소개하셨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제가 살면서 처음 듣는 생소한 호칭이었습니다. “할아버지라니, 아저씨 .. 안녕하세요? 해~ 라고 해 주시면 안 되나?”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제 마음 안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내가 왜 할아버지야? 아직 우리 아들들 결혼도 안 시켰고, 손자도 없구만.” 음성으로 표현하지 않은 독백(獨白)이 저의 마음 안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거울을 봤습니다. 정말! 거울에 비친 저의 얼굴이 제가 봐도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는 티가 보였습니다. 흰 머리도 있고, 얼굴에 주름살도 보이고. 저의 마음은 부인(否認)하고 싶으나 저의 얼굴이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 나이가 많아지며 늙어가고 있어요.” 하고 말입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이미 더 적어져 있고, 계속 더 적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세월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갑니다. 이전에 어르신들께서 사진 찍기를 싫어하셨던 이유도 이해되기 시작했고요. 어르신들 가정에 가면 웬 건강식품들을 저리 많이 사셨을까 하는 의문도 더 이상 갖지 않습니다.
95세이신 미국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현재도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하셔서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 지미 카터 전(前) 미국 대통령은 74세에 저술(著述)하신 <나이 드는 것의 미덕(The Virtues of Aging)>이라는 책에서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는 유명한 글을 남겼습니다.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후회에 매몰되지 말고, 꿈을 가지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봉사의 삶을 살면서 나이는 들되, 늙지는 말라는 조언입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정말 행복하고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나이가 계속 들더라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며 살려는 꿈을 가진 거룩한 꿈쟁이들(holy dreamers)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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