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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8일(주일) 칼럼 “그 사람의 가을" 글보기
9월 08일(주일) 칼럼 “그 사람의 가을"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13.09.07 13:15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리아 릴케의 가을은 여름을 잊지 않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안도현 시인의 가을은 사색적(思索的)인 가을이었습니다. “당신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시인은 그리운 사람 때문에 가을앓이를 하였습니다.

사람마다 가을을 사는 법이 있습니다. 나무들이 푸른 옷을 벗고 붉은 옷을 입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 마음의 옷도 색동옷으로 갈아입는 사람이 있습니다. 흐드러진 들국화와 코스모스를 정겨운 눈길과 따스한 미소로 스쳐 지나며 또 다른 가을 향취를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익은 곡식 거두며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이 진리임을 또 다시 상기하는 농부들도 있습니다. 올 추석엔 북녘의 가족을 혹 만나려나 설레어 보는 이산가족도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에 빠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흘러가는 가을 구름 한 번 쳐다볼 겨를을 갖지 못한 채 일이나 공부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가을이 궁금해서 엿보았더니 찬란하기도, 서럽기도, 설레기도, 담담하기도 하였습니다. 교우 여러분의 가을은 어떤가요?

제 마음에는 들려오는 가을 소리가 있습니다.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 노(老)사도 바울께서 바람이 더욱 차가와 가는 가을의 감옥 안에서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향해 가죽 종이에 쓴 것-성경말씀-을 가지고 겨울 전에 오라고 외쳤던 그 소리입니다. 그는 깊은 감옥에 갇혀 가을 하늘 바라보고 별을 헤아려 볼 수는 없었지만 혹독한 영적 겨울을 말씀으로 준비하는 지혜로움이 넘쳤습니다. 그 사람, 바울의 가을은 가장 의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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