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주일) " 근년(近年)에 보게 되는 우리 사회의 “웃픈” 자화상(自畵像)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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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24.03.16 05:58 |
아내와 함께 동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집에 올라가려고 1층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젊은 여자분이 출입구 앞 구석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열심히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맞은 편 안쪽으로 가서 출입문 쪽을 보고 서는데, 문이 닫힐 즈음에 아저씨 한 분과 남자 청소년 한 명이 서둘러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같이 탑승한 세 사람의 집들보다는 우리 집이 제일 위층이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크지도 않은 사각형의 공간 안에 있는 우리 다섯 명의 시선이 모두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시선(視線)을 피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때 작은 미소가 소리 없이 나왔습니다. 바로 옆에 있던 아내가 소리 없이 작은 미소를 짓는 저의 모습을 보고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릴 때 마다 한 사람씩 나가고 마지막에 우리 부부만 남았습니다. 아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왜 웃는데요?” 아내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당신이 웃으니까 그냥 웃었다는 것입니다.
작게 혼자 소리 없이 웃었던 저의 미소는 정직하게 말해서 “웃픈” 웃음이었습니다. 웃기는 했지만 좀 슬픈 웃음이었던 것이지요. 짧은 순간 함께 탔던 다섯 사람의 시선들이 모두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하여 있었다는 사실이 우스우면서도 슬펐습니다. 얼마 전까지 – 생각해 보면 최근은 아니고 십여 년이 벌써 훌쩍 지난 것 같기는 합니다 –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잘 알지는 못해도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들은 서로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사이는 상대방을 확실히 알지 않고는 이런 간단한 인사들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로, 사람들이 무섭다는 생각을 우리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언론 방송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不特定多數)의 사람을 가혹하게 폭행하거나 납치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었기 때문에 이제는 사람이 부담스럽고 무서워서 말을 섞거나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당신들이 뭘 하든 나와는 상관없고 전혀 관심 없어요.”라는 지극히 개인주의적(個人主義的) 생각도 한 이유 하는 것 같습니다.
“웃픈” 현실입니다. 가까이 이웃하여 사는 사람도 아주 멀리 사는 낯선 사람인 세상입니다. 돈, 나와 내 가족만 챙기는 이기심,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무시하는 독단과 우월감 – 우리 속에 있는 이런 것들이 우리 각자를 독도(獨島; 동해안의 독도가 아니라 외로운 섬)에 유배를 보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독생자를 기꺼이 내어주시고 우리 죄인들과 화해하셨던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고는 사람들 사이에 이미 먼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거리를 진정 친밀하게 좁힐 수 없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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