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셋째 주 칼럼 "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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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11.10.15 10:14 |
가을 가는 소리가 발밑에서 사각이던 지난 수요일 늦은 오후였습니다.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죠. 꽤 밝은 목소리였습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00 학과 과대표 ~입니다. 삼행시 한번 지어볼게요.” 정말 뜬금없는 전화내용이었지만 잘 알고 있는 학생인지라 진지하게 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 학생이 뚝배기로 삼행시를 짓겠다며 제게 먼저 첫 운(韻)을 띄우라고 했습니다. 뚝배기로 무슨 삼행시를 지을까 궁금해 하면서 저는 전화기를 향해 힘차게 외쳤습니다. “뚝!”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전화가 뚝 끊어지는 것 아닙니까? 잠시 어리둥절해 하면서 전화가 곧 다시 오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서 전화대신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재밌죠? 딴 사람에게 해보세요.” 아하, 알았습니다. 그 학생이 저의 “뚝!”이란 운(韻)에 전화를 뚝 끊어 그 운(韻)을 맞춘 것입니다. 혼자 많이 웃었습니다.
저는 그 후 혼자 조용히 뚝배기 삼행시를 완성해 보았습니다.
한번 감상해 보실래요?
뚝-뚝!
배-배앓이
기-기쁘다!
괜찮은가요? 수준이 영 맘에 안 드시면 한번 지어보세요.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뚝!”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울 때 엄마들이 눈과 입에 힘을 주면서 “뚝!”이라고 외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어른인 우리도 아직 울 일이 많으시지요? 현실이 너무 서럽다고, 아프다고, 힘들다고 울지 마세요. 여름을 보낸 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이 가을도 곧 떠나고 머잖아 겨울이 올 것입니다. 그렇게 계절이 종종 걸음이듯이, 인생의 시간도 빠르게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울지 마세요. 우리가 곧 이르를 곳은 눈물이 없는 곳인데 이렇게 울면서 갈 수 없잖아요. 소망의 나라를 향해 가는 우리들이 이 땅 문제로 울고 또 울면서 걸어갈 수는 없잖아요. 잘 들어 보세요. 우리 주님이 “뚝!” 이라고 말씀하세요. 정말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으시냐구요? 누가복음 7장 13절을 한 글자로 줄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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