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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명훈 그리고 말러까지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12.07.10 09:16
나, 그리고 정명훈과 말러까지


오랜만에 나의 동지와 함께 서울 예술의 전당 음악당을 찾았다. 베를린 필 12첼로 연주를 듣기 위해서였다. 티켓 몬스터에서 구입한 티켓을 반값에 사서 로열석에 앉았다. 그러나 객석이 많이 비어있다. 덕분에 연주가 시작되기 20초 전에 정중앙의 vip석으로 옮겨갔지만 보통 십여 만 원 내외로 구입하는 티켓에 대한 보답으로는 성의가 없다.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간략한 곡 안내를 담은 시커먼 리플렛은 너무 작아 곡 제목은 돋보기를 두 개 써도 보이지 않았다. 3년 전 대전의 뮌헨 쳄버 오케스트라연주와 비교되었다. 그때 그 멋진 남성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들.. 얼마나 황홀한 연주였으며 아름다웠는지...
음악회가 끝나고 아쉬운 마음에 홀을 나서는데 라운지의 유리판에 지휘자 정명훈의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말러교향곡 2번 연주곡 판매 포스터가 눈길을 잡아끈다. 정명훈을 찍은 음악앨범사진 때문이었다.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는 나에게도 지휘자 정명훈에게도 말러에게도 중요한 삶의 꼭지다.

150년 전, 말러는 교향곡 제 2번 c단조 ‘부활’을 작곡했다. 말러는 이곡을 작곡하기 위해 6년의 세월을 보냈다. 1888년부터 곡 스케치가 시작되어 1894년에 마무리된 곡이다. 처음 곡을 시작하였지만 오페라극장의 여러 가지 업무로 작업의 진행은 지지부진하였다. 게다가 1889년 온 가족을 잃었다. 2월에는 아버지를 10월에는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의 죽음을 마주한다. 가족을 모두 잃은 아픔 위에 11월에 있었던 제 1번 교향곡의 초연은 실패였다. 말러는 깊은 절망에 겪어야 했다.

실제로 1악장인 ‘죽음의 제전\'을 작곡할 당시 말러는 꽃과 화환들에 둘러 쌓여 죽은 듯 고요하게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장례식>을 바탕으로 하는 교향곡 2번의 의미에 대해 말러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제1악장을 ‘장례식’이라 칭한다. 그것은 <교향곡 제1번>의 영웅의 장례식이다. 이제 나는 그를 땅에 묻고 그의 일생을 추적한다. 이와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 받는가? 인생은 단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농담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계속 살기를 원하든 죽기를 원하든, 어떤 식으로든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 일생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누구든 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은 교향곡의 맨 마지막 악장에 나타난다.”

누구나 한번쯤 사랑하는 이의 무덤 앞에 서 있어 본 적이 있던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내 곁에서 생생히 존재하던 그가 이제 죽은 자가 되어 우리의 눈앞에 막막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던 순간을. 한 생애 동안 가슴속에 뜨겁게 품었던 그의 사랑과 열정과 희망과 투쟁들이 이제는 우리의 눈앞에서 열없이 소멸되어 가고 있음을.

말러는 그의 음악 속에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곧 인생이었다. 전 생애를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에 집착했던 말러에게 있어 교향곡이란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자 대답이었다. 말러는 교향곡 2번에서 한 영웅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렇게 묻는다. ‘인생은 과연 그렇게 헛된 것인가 ?’
대부분 말러 음악애호가들은 자신들을 ‘말러리아’에 감염되었다고 말한다. 말러음악에 감염된 사람을 ‘말러리안’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삶의 비극과 희극, 정열과 냉정, 숭고함과 저열, 진지와 해학. 낭만적 신비와 합리적이며 냉철한 니힐이 모순 대립하면서 그의 음악을 구성한다. 그를 끝없이 따라오는 죽음의 공포를 그는 음악 속에서 투쟁한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일곱 명의 형제들의 죽음, 사랑하는 딸의 죽음, 자신을 괴롭히는 질병으로부터 오는 죽음의 공포. 드라마틱한 삶을 견뎌나가야 했던 그의 내면적 갈등은 끝없는 불신과 악의와 질고와 크고 작은 고난 속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내면과 다름없다.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생기를 복돋게 하는 포도주와 같고, 인류가 정신적인 만취에 빠지도록 포도주를 권하는 바커스이다.\" 말러는 베토벤의 말을 전해주면서 음악이 가진 아름답고도 마초적인 강렬한 에너지의 향유를 권유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보다 더 강렬한 에너지가 있다. 천지만물을 만드신 만유의 주재자이신 하나님, 그분의 계시 속에는 강렬하고도 눈부신 에너지가 있다. 지난 주 목사님의 말씀이 생생하다. 주님은 죽음 저 너머가 아니라 살아 부활하여 ‘지금 이 순간 생생한 나의 삶 속에 계시는 하나님’이시라니. 아침에 읽은 여호수아 2장의 말씀 속 기생 라합의 고백은 오늘의 나의 고백이 된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이시니라”

내가 세상을 향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지난 주 목사님의 말씀에 주님께 죄송한 마음에 속으로 몹시 울었다. 느헤미야를 통해 성전을 재건하라 명하셨던 주님, 내 가진 것으로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실천하라는 주님의 말씀. 영혼을 잃어버린 자. 지치고 좌절한 영혼의 회복을 도우라는 그 말씀, 먼저 깨닫는 자가 실천에 옮기라는 말씀, 아멘 주여 이루어지게 하소서. 제 작은 달란트를 통해 영광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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