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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과 립스틱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07.03.23 15:23
오랜만에 집사님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할 때였다. 집사님을 따라 나온 초등1학년인 우리집 둘째 아이에게 본을 보게 하려고, 중학교에 다니는 집사님 둘째딸이 자신(딸)의 생일날 엄마에게 선물한 지갑을 보여 주셨다. 멋진 감사 편지의 내용도 덧붙이면서...

생일 때가 되면 원하던 선물을 사달라고 매번 졸라대던 녀석은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지갑을 자꾸 쳐다보았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는 화장품 가계로 나를 데려 가더니 엄마와 집사님께 드릴 선물을 샀다. 자기의 생일이 좀 지났지만, 엄마선물을 자신의 생일날 준 것으로 하자는 이야기와 좋은 것을 가르쳐 주셔서 집사님께도 선물을 한다는 말을 하면서, 어색함과 자랑스러움이 섞인 표정으로 선물을 내밀었다. 나도 놀랐지만, 립스틱을 받은 집사님의 표정은 지갑을 처음 보던 아이의 표정보다 더 재미있었다. 녀석의 용돈 통장 잔고는 반으로 줄었지만, 관계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건이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부모 된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만큼의 기쁨도 드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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