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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이름 관리자 작성일 2004.05.19 10:31
백기(白旗)

지난 이라크전 때 텔레비전 화면으로 처참한 전투 현장을 지켜보다가 나는 문득 백기의 가치를 재발견하였다. 미군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 이라크 병사들이 무력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자욱한 포연(砲煙)속에 백기를 들고 걸어나와 목숨을 건지는 이라크 병사들이 보였다. 백기에는 위력이 있었다.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 초라한 백기가 많은 젊은이의 목숨을 간단히 그리고 확실하게 구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 쳐들어갔을 때 프랑스는 총 한 방재대로 쏘아보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당시 프랑스인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 치욕의 백기는 아름다운 파리와 많은 시민의 생명, 박물관, 미술관, 고궁전을 구했다. 그것도 사실 대단한 위력이었다.

백기를 드는 순간 다툼이 멎고 평화가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진정 알고 있는가. 평화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추구한 최고의 가치다. 그 평화가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그것이 없다면 그리스도는 십자가상에 헛되이 피를 흘리신 것이다.

싸움은 전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는 어디에나 싸움이 있다. 다툼의 조짐이 나타나면 나는 언제든지 백기를 들기로 하였다. 좀 내키지 않는 때도 있지만 소중한 평화를 위한 것이니 그 만한 고통은 감수하자. 주님은 평화를 위하여 십자가형도 마다하시지 않았다. 우리 한번 생각해보자. 누구나 이기려고 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기고 지는 일없는 세상에서 조용히 살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지면서 이기는 백기. 지금은 평화를 위하여 그것이 세상에 휘날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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