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주일) "아쉬움" | |||||
---|---|---|---|---|---|
이름 | 관리자 | 작성일 | 2021.02.20 06:05 |
며칠 전 어느 늦은 오후, 커피까지 포함해도 8천원이 안 되는 맛있는 메뉴가 인상적이라고 자랑을 하며 가까운 천변(川邊)의 자그마한 카페에서 작은 아이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카페에는 노인 두 분이 차를 마시며 담소(談笑)를 나누고 계셨고, 또 다른 테이블에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일 것 같은 여학생 두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다 마시셨는지 안경을 쓰신 할아버지는 마스크를 착용하셨고, 목소리는 여전히 또박또박하게 들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상(日常)의 일에 대하여 다소 의식 있고 고상하게 표현하셔서 선생님 출신, 그것도 문과 과목 선생님이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종교 이야기도 조금 하셨는데 영판 기독교인이셨습니다.
식사 도중에 문자가 오기에 열어보니 바로 앞에서 식사를 하는 우리 애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웬일인가 하여 보니 다른 테이블에서 대화를 하시는 할아버지들 중에서 안경을 쓰고 계신 분이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15년도 더 지난 세월이라 혹시 아닐 수 있어서 인사를 해야 할지 말지 망설여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선생님 같으시다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던 터라 그 말에 혹시 아닐지라도 어르신께 가서 인사를 하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식사가 끝나면 할아버지께 혹시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 아니신지 정중하게 인사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식사가 마치기 전에 할아버지 두 분이 카페를 나가시는 일이 생겼습니다. 안경을 쓰셨던 할아버지의 손에는 책 한 권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인사를 드렸으면 좋았겠는데,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고 했습니다. 인사를 드려서 선생님이신 줄 알았으면 선생님도 행복해 하셨을 것이고, 우리 아이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혹시 아니셨을지라도 어르신께 인사 한 번 드리는 것도 모두에게 훈훈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돌아오면서 ‘인생은 아쉬움의 연속’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세상에서 많이 하는 말입니다. 우리 각자는 수많은 아쉬움들을 경험했고 죽는 날까지 계속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인생 아닐까요? 그러나 아쉬움은 아련한 감정으로 멈추었으면 합니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몫입니다. 아쉬움이 후회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총 1,038 건
- 79/104 Page
번호 | 제목 | 작성자 | 작성일 |
---|---|---|---|
258 | “러브 필리핀” | 관리자 | 2009.01.16 |
257 | “2009년 표어” | 관리자 | 2009.01.09 |
256 | “우린 이렇게 살자.” | 관리자 | 2009.01.03 |
255 | “살면서 생각하며” | 관리자 | 2008.12.27 |
254 | “유집사 끝까지 햐~!” | 관리자 | 2008.12.19 |
253 | “순종하는 삶” | 관리자 | 2008.12.12 |
252 | “천국을 소망한다면” | 관리자 | 2008.12.05 |
251 | “진실한 그들” | 관리자 | 2008.11.28 |
250 | “내일을 기대하며” | 관리자 | 2008.11.22 |
249 | “감사의 계절에” | 관리자 | 2008.11.14 |